Thursday, March 5, 2020

SET PIECE: 세트 피스

SET PIECE 세트피스
판형 210*297mm (A4)
글 윤원화, 정다영
번역 유지원
사진 김경태
디자인 슬기와 민
인쇄 제본 으뜸 프로세스
ISBN 979-11-966852-8-7-03600
정가 30,000원
© 초타원형, 2019

본 출판물의 저작권은 작가와 초타원형에 있으며,
이 책에 실린 모든 사진과 글은 저작권법에 의해
무단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본 출판물은 2019년 10월 10일 부터 31일까지
서울 아트딜라이트에서 열린 정현의 개인전
《세트 피스 》를 위한 도록입니다.

후원 서울문화재단

SUPERELLIPSE
Project by Hyun Chung
+ Tei Vanderbilt, Sanghoon Kim

『SET PIECE』는 2019년 10월 10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이태원의 아트딜라이트(Art Delight)에서 열린 건축가 정현의 개인전 《SET PIECE》의 도록이다.

2012년 정현이 설립한 프로젝트 초타원형(Superellipse)은 디지털 공간에서 작성된 텍스트와 이미지를 엮어 물리적 공간에 담아내려는 기획을 진행했다. 2014년 『PBT』 출간을 통하여 본격적인 독립 출판사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뒤, 2016년부터 1년간 그래픽 디자이너 김병조, 김형재, 배민기, 홍은주, 사진가 김경태 등과 협업하며 4권의 ‘CC 프로젝트’ 책을 출판하였다.

그간의 책들이 독립 출판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내/외부자의 시점을 통하여 활동 배경이 되는 도시 서울을 텍스트와 이미지로 기록하려고 했다면, 전시 《SET PIECE》는 책과 책이 놓이는 가구, 그리고 가구가 놓이는 배경을 출판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거대한 도시를 압축하듯 이미지와 텍스트를 모아서 만든 책, 책을 기점으로 확장하는 사물-가구가 만드는 공간. 전시는 이 둘을 비교할 수 있도록 실물의 책, 책의 이미지, 책에서 연유한 다양한 오브제를 한 번에 배열한다. 건축 큐레이터 정다영과 미디어 비평가 윤원화는 이러한 실천을 「축소 지향의 건축/건축가」, 「건축 책에 관한 단편」이라는 제목으로 각자의 시점에서 비평하고 있다.

공간의 창조자이자 사물의 생산자, 동시에 최초의 소비자이기도 한 정현은 전지적 시점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다시 책으로 순환시키고자 한다. 그는 전시를 담는 책이 단순 기록을 넘어서 설계자 정현의 평면적 시점, 저자 정다영과 윤원화의 퍼스펙티브적 시점, 그리고 사진가 김경태의 초인적 시점이 겹쳐진 풍경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슬기와 민은 그러한 개념을 책의 물리적 요소들을 활용하여 구체화한다. 그것은 소박하며, 그 누구라도 재연 가능한 방식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전시장 속 가구와 책 등에서 연유한 감각을 따라 선정한 A4 표준 판형(210ⅹ297밀리미터)과 44쪽이라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3가지 다른 질감의 종이를 통하여 구현된다. 엠보스 패턴 종이에는 제목이, 백색 모조지에는 텍스트가, 무광택 도포지에는 이미지가 인쇄되는 식으로 3종의 종이는 각자 별개의 내용을 담는다. 지면의 중앙을 기준으로 질감과 명도가 미묘하게 다른 종이와 콘텐츠가 앞뒤로 중첩되는 모습은 형식적 단순함 뒤에 놓인 세밀한 장치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안무와도 같다.

책에 사용된 폰트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국·영문 표준 활자체인 산돌 고딕네오와 노이에 하스 그로테스크(Neue Haas Grotesk)를 사용하였다. 이 역시 전시 공간 속 물리적 특성을 반영하며 누구나 재연 가능한 결과로 드러난다. 지면에 놓이는 위치와 방식에 따라 본문의 작은 글씨는 지면의 꼭대기에 가볍게 매달리는 한편, 표제의 큰 글씨는 무게감 있는 구조체로서 아래로부터 쌓아 올려진다.

도록 『SET PIECE』의 요소들은 정현이 만든 책, 사물, 가구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엄밀성, 정확성, 경제성과 대구를 이루도록 설계되었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표준값의 조합과 그것이 만들어 낼 새롭고 다양한 패턴을 약속한다.

무엇이 담기더라도 상관없다. 그것이 설령 시간을 분할하고 거리감을 압축시켜 공간감을 상쇄시킨 초고화질의 책, 사물, 전시 공간 이미지 그 자체라도 말이다. 모든 이미지는 한 페이지, 혹은 절반으로 나누어 담기며 다층적 의미가 재생산되는 풍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초창기 독립 출판물 진(zine)의 제본 재료인 스테이플러를 축으로 하여 매달려 있다는 점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이 얇은 금속 하드웨어는 건축을 위한 견고함(firmitas), 유용성(utilitas), 아름다움(venustas)과 상반되는 경쾌함, 경제성, 평범함을 상징한다. 그것은 아직 깨어지지 않은 설계자의 꿈을 이루어 줄 열쇠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구매처: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