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24, 2023

가름끈: 초타원형 10년


정현 개인전 2.5 도록
«가름끈 / TASSEL / シオリ»
정현, 2023, 245 × 345 mm, 4쪽
디자인: RW(리센트워크)

2023년 2월 21일 부터 일주일간 전시된 정현의 개인전 2.5 «가름끈 / TASSEL / シオリ»을 위한 도록. 초타원형 출판 10년을 기념하는 전시와 동명의 인쇄물이다. RW(리센트워크)가 디자인한 해당 인쇄물은 타블로이드 판형보다 조금 작은 크기이다.

전시 도록을 굳이 인쇄물이라 칭하는 까닭은, 일반적인 도록으로 보기에는 너무 불완전해 보이고, 딱히 그렇게 보이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흑백 인쇄, 가로로 늘어선 이미지, 단순 표제의 나열, 설명 없음, 제본이 필요 없는 양면 인쇄된 한 장의 종이가 반으로 접힌 본 인쇄물은 아무리 보아도 어떤 형식을 표방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리센트워크는 아무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으며, 도록 디자인에 대한 어떠한 비평도 딱히 바라지 않았다.

일견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해야 할 수준의 "디자인 없음" 상태는, 디자인 포화 상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국내 전시 기록물 경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그런데도 클라이언트의 모든 요청사항은 잘 반영하고 있다. 즉, 도록의 디자인 보다는 개별 프로젝트의 순서와 방향성, 그리고 물리적 크기와 재료 등 클라이언트가 모아온 이미지와 행적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마치 그 어떤 "디자인"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디자이너의 "죽음"과 같은 상황을 암시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선택지야말로 초타원형의 독립 출판 활동 10년 기념비를 위한 최적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초타원형 출판이 10년간 출간했던 모든 책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본 인쇄물의 최종에는 당연히 «가름끈 / TASSEL / シオリ»이 놓인다. 그런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책 표지인 전시장 사진이 있다. 이는 이어서 펼쳐지는 현실의 도록 4 페이지 이미지들과 마찰하며 매우 큰 의문을 자아낸다.

이 도록의 "얼굴"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해당 인쇄물은 오프라인에서 일부 배포될 예정이며, 건축가 정현이 참여한 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작가 인터뷰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포처: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