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구로가와 기쇼의 캡슐타워가 철거될 뻔한 일이 있었다.
1960년대에서 부터 70년대까지 제창되었던 신건축, 메타볼리즘(*)은 말 그대로 신진대사를 가리킨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끊임없는 운동-지속가능에의 탐구. 이른바 서구 모더니즘과 하이테크를 받아들이면서도 일본만의 새로운 근대 개념을 제시하려 했던 메타볼리즘은, 특히 동경이라는 도시의 환경에서 기인했다. 작은 공간의 효율적 사용, 폭발적인 인구증가 (베이비 붐)를 수용하기 위한 대안들이었던 셈이다.
재밌는 것은 그들의 유기체적인 변화의 수용 - 딱딱한 모더니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과는 다르게, 구현된 형태는 더더욱 정교한 모듈화 기술에 밑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구로가와 기쇼의 나카긴캡슐타워빌딩(中銀カプセルタワービル) 은바로 이 메타볼리즘의 상징이다.
포도송이처럼, 각 유닛은 독립적이며 분리 가능하다. 단단히 고정된 철 구조물위에 붙은 이 캡슐하우스들은 개개인에 배당된다. 시간이 지나 노후하면 따로따로 생산된 유닛들은 교체해 나갈 수 있다 -고 한다. 25년 마다 캡슐을 교체해 나간다면 건물을 파괴하고 재건축하는 비용을 줄이고 건물의 수명을 200년 까지 늘릴 수 있다. 1972년, 젊은 구로가와는 이 단순하고 야심찬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돌연 철거 계획이 발표되었다. 많은 이들은 이를 예측하지 못한 불행한 상황 때문이라 말한다. 변화하는 건물로서 끝없이 유지되어야 할 의도와 달리, 실제 사용자들은 새로운 건물을 원했다. 14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 의해 소유권은 조각조각 나뉘어 있었는데 그들의 요구사항은 모두 달랐다. 캡슐유닛과 같은 작은 공간에 애착있던 아버지세대와 달리 물려받은 젊은세대들에게 비좁고 허름한 건물은 재생 가능성이 아니라 바뀌어야 할 낡은 것으로 보였다.
또 다른 문제는 건물주 나카긴의 부도 선언이다. 나카긴에게서 건물을 구입한 미국의 헤지펀드에게 캡슐타워는 해체되어 더 높은 수익을 내어야할 도구로 보였다. 구로가와가 이에 반발한 것은 당연지사. 설상가상으로 여론은 단지 미국 헤지펀드와 구로가와의 파워게임으로 비추는 구도로만 이어졌다. 건물은 다시 건축가 본인의 소유로 돌아갔지만, 그의 죽음 이후 모듈 하우스의 소유자들은 다시 철거를 요구했다.
25미터 깊이로 박힌 건물의 중심코어에 캡슐을 얹는다면, 철골콘크리트 구조를 철거할 비용 (2천7백만엔) 을 아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구로가와의 아이디어는 가구당 약 2억원의 정도의 돈을 투자하면 쉽게 끝날일이라 생각했지만, 140명이나 되는 소유자들 개개인에게 그것은 와닿지 않는 애기였다. 어떤 이들에게는 큰 돈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 귀찮은 노릇이었다. New York Times 의 언급처럼, 이것은 건축의 비극일까 아니면 추억의 편집-보정일까. 시대 요구에 대한 적극적 응답은 변화하는 외부 상황에서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시대의 증거로서 정당성을 주장하며 영속하길 바라는 아이러닉한 상황 - 한 세대의 꿈은 또 그렇게 막을 내렸다.
메타볼리스트들은 변화를 건축과 도시라는 큰 시점으로 바라보고, 부분 모듈을 연결하는 아주 작은 기술(시점)안에서골몰했다. 그들은 건물이 유기체적인 부드러움을 갖기를 원했다. 그러나 결국 사용자 개개인들의 욕망의 변화, 시대의 변화, 그리고 경제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지 못했다. 비록 한편의 에피소드처럼 마감되었지만 모듈화와 그 맥락에 대한 고민은 건축가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속성 - 변화/교체가능한 건물 - 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건축가의 꿈이다. 나카긴의 캡슐은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건축가 구로가와나 메타볼리즘의 승리의 증명이 아닌, 건축가 일인의 덧 없는 꿈의 상징물로서.
(*) 메타볼리즘 제창자중 한명인 키요노리 키쿠타케의 설명은 명쾌하다. 과거의 건축과 달리, 현대의 건축은 반드시 변화하고, 유동적이며,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를 수용 할 수 있어야 한다. 활발히 움직이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착화, 고정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라, 이런 신진대사를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글이 쓰여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과 세계 각지에서는 나카긴 캡슐타워를 시대의 상징으로 존속가능하게끔 보존하자는 여론이 일었고, 캡슐타워는 건축가의 의도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 all images by architectural photographer Kyoungtae Kim,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