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가 5호까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독립출판"이라는 흐름이 서서히 가시화되기 (내 가물가물한 기억으로는 2009년.) 몇 년 전, 웹에서는 Indexhibit 과 같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와 동 학과 학생들이 자신들의 출력물 - 어쩌면 해외 디자이너 홈페이지의 흉내였을 수도, 어쩌면 클라이언트를 상상하며 작업한 쉐도우 복싱 같은 것이었을 수도, 어쩌면 망해버린 프로젝트의 한풀이 같은 것이었을 수도 - 을 전시하는 유행이 이미 퍼져 있었다. 그것은 소위 컨벤션화 되어버렸던 "학생작품"과는 전혀 다른, 무척이나 신선한 기운이었다. 웹이라는 막강한 레퍼런스 편집-퍼블리싱 툴을 활용하는 신세대들은, 구세대가 순차적으로 밟아야 한다고만 여겼던 어떤 단계를 몇 발자욱 훌쩍 앞서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미 독립출판 행사를 훌륭히 마친 The Book Society 는 2010년, 같은 이름의 서점으로 탄생하였다. 책방 your- mind 도 온라인 책방에 이은 1회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동시에 서점을 오픈한 때가 바로 이 해였다. 또한 홍익대학교 한국 디자인 학회 디자인 담론 특별세션으로 제2회 DD포럼 "옆으로 가는 디자인 교육" (이전엔 상상마당) 도 열렸다. 디자인 현장도 아니고 또 학계도 아닌 기묘한 좌표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학회공식행사에서 이야기 나누었고, 당시 관람객으로 앉아있던 나 또한 이 현상의 증인이 될 수 있었다.
2010년은 한국서 아이폰이 출시가 된 첫 해였다. 디자이너들은 미 애플사의 하드웨어 만듦새를 만끽하며 새로운 인터페이스-그래픽에 열광하였고, 전통적인 국내 블로그와 싸이월드에 기반한 게시판형 커뮤니티보다 SNS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트위터를 위시한 SNS는 바야흐로 텍스트 중독자, 언더 밴드 뮤지션, 온라인 유명인사, 인터넷 논객, 예술 비평가, 연예인, 사회 거물들이 뒤섞여 이들의 일상회화가 단지 텍스트만으로 (마치 부서진 책처럼) 렌더링 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이로써 독립출판이 유통될 최소한의 온-오프라인 인프라, 그리고 객관적인 담론도 가시화 되었으며 파편화된 콘텐츠를 모으고 이어주는 가교도 어느정도 마련되었다 - 고 볼 수 있었다. 이듬해에 나온 비정기 문화잡지 "도미노"는 그러므로 충분히 나올 수 있을 법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언제 그만 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예상했을 법 했다. 예의 독립출판은 그 유행 궤적의 끝, 거품이 이미 어느정도 예견되었다. 많은 동인지가 그러하듯, 단발성으로 끝나는 기획이 허다했다. 긴 호흡, 정기 간행물로서의 가능성은 콘텐츠의 꾸준한 확보가 절실했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도미노라는 잡지는 여전히 독립출판이라는 태그를 달고 나오고 있다. 편집 동인과 콘텐츠 제공자들이 서로 묘한 긴장감과 물리적 거리를 두고 공전하며. 서로간의 긴장감을 제어하거나, 혹은 그대로 드러내 버리는 잡지 특유의 형식-형태적 완성은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재의 어깨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