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6, 2014

Katalog : 카탈로그

John Pawson의 건축 모델-카탈로그.

건축가 John Pawson이 건축을 시작한 계기는 나고야의 경영대 영어 강사로 일본에 머물 당시에 본 가구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 (倉俣 史朗) 의 전시회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구라마타가 사용하는 재료와 가구 구조, 그 제작의 완벽함에 깊이 탄복했고, 이듬해 고국으로 돌아가 AA 건축 학교에 등록했다. 1981년도에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학교를 떠난다. 이때가 그의 나이 만 32살이었다.

80 - 90년대에 이르며 서서히 정점을 향하던 포스트 모던의 흐름 와중에도 John Pawson과 같은 건축가들은 꾸준히 공간의 단순함을 무기로 삼아왔다. 당시 학계와 실무자들 너나 할 것 없이 도시와 경제, 거대 스케일과 압도적인 형태로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소위 저급의 Minimalist 로 치부되기도 했고 한편으론 유행에 역행하는 소수자로서 그 특이성을 인정받기도 (어쩌면 전략적인 선택일지도) 했다. 그와 비슷한 세대들이 건축학교에 있는 기간은 기실 안도 타다오 (安藤 忠雄) 와 같은, 대세에 영합하지 않는 무명의 지역 건축가가 꾸준히 기본에 근거한 작업으로 반짝이고 있을 시절이기도 했다. 그러니 최근 갑작스레 단순한 공간과 수준 높은 시공 퀄리티를 드러내는 중년의 건축가들이 많아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책은 작년 (2012) 독일의 뮌헨에서 연 John Pawson 개인전에서 기인한다.  30년에 걸친 개인 작업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였지만 그 콘텐츠의 양은 무척이나 제한적이었다. 건축 모델과 사진, 그리고 직접 찍은 풍경이나 건축 사진들에서 고른 대형 프린트가 전부.  흔한 스케치나 다이어그램은 없었다. (**) 그나마도 적은 가짓수를 다시 한번 더 나누어 전시된 모델만을 엮은 위의 책  Katalog, 그리고 전시에도 일부 실렸던 사진에 관한 책 Visual Inventory (Phaidon Press, 2012) (***) 로 나누어 발행되었다 보면 된다.

건축에 대한 수많은 담론이나 이론, 다이어그램과 소통으로 대표되는 유행에 대항하듯, 무심한듯, 잘 정돈된 모델만 따로 담아내었다.  스케일은 1:100, 200 과 같은 평범한 건축 스케일들이고 이따금 실내 공간과 빛 확인을 위한 1:20 의 스케일의 모델사진도 있다. 재료 또한 Foam 이나 Polyester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빛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종이와 나무등이 쓰였다. 검은 배경에 건물과 환경 모델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좌측의 페이지와 우측의 설명 페이지가 전부인 레이아웃은 이것이 마치 수십년 전 건축과 학생 작품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담담하다. 또 너무나도 제련되어 소위 인간적인 재질감을 느끼기 거의 어려운 그의 건축이 모델 스케일과 재료를 통해 새삼 다르게 보일 정도.

저열한 미니멀리즘 건축가라 불리우는 이들과 Pawson을 구분 짓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모델과 디테일은 무척 함축적이지만 설명이 완전히 생략되어있지 않고,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온연히 정확히 재단된 재료들은 큰 모델 사진에 이르르면 거의 실제 공간을 방불케하는 존재감마저 준다. 때때로 그에게 영향주었던, 소위 단순한 건축이 무척 큰 시장을 이루고 있는 일본 건축가들의 표현과도 거리감이 들 정도이다. (****) 오브젝트 스케일임에도 실제 건물 만큼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 잘 느껴진다. 세세한 부분 모두를 제어하는 일은 단순함 뒤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엿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보통 흠 없이 제작되고, 표면에 숨겨진 디테일에 감탄하느라 실내 사진만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전시와 그 도록의 구성은 단지 실내 내부나 디테일이 아닌, 건축물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좋은 대조였다.


(*) 물론 John Pawson의 나이는 더 많은 편이지만, 그가 건축을 시작한 나이가 동년배 보다 10년 늦었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아야 겠다.

(**) 전시는 큰 판형의 사진과 모델이 사진 작가나 조각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조용히 놓여있었다. 건축 아닌 작업, 스스로가 찍은 이미지를 전시한 것도 처음이었다.

(***)  2만 5천여장의 사진에서 288장을 골라낸 것으로 풍경과 빛, Monumental 한 건물들을 담고있다.

(****) 현대 건축가들에게 모델이란 탐구하고 스케치하는 적극적인 도구이다. 재활용되거나 값싼 재료로 약하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