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25, 2014

KAZUO SHINOHARA : 잡지

2014년 봄, JA는 시노하라 카즈오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책 전반적으로 선수를 뺐겨 망연자실해 있는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이미 시노하라 카즈오의 작품은 예전 이 블로그를 통해 리뷰했던 Gustavo Gilli의 잡지에서 일본 건축가들이 보아도 놀랄 정도로 깊이있게 다뤘던 적이 있었다.  그 점에서 이번 이슈는 어느정도 동어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서구에서 최근들어 자주 거론하는 시노하라 카즈오에 대한 이야기를 차일 피일 미룰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서문의 오쿠야마 신이치의 글(*)도 2G의 이야기를 우선 언급하고 있으며, 평소 양의 2배에 달하는 굵기나 이미지, 프로젝트의 양도 잡지 2G를 몹시 의식한 꼴이다.

어쨌든 시노하라 카즈오는 일본 건축가이기에 일본으로선  2G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여러가지 모습을 덧 붙여 전체적으로 조망하려 한 것으로 뵌다. 서문은 이미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에 덧 붙여, 시노하라 작품의 제 1-2-3 양식으로 이어지는 타임라인 다이어그램을 페이지 하단에 구성한다. 또한 비 주류 급부에 있는 건축가가 어떻게 "잡지"라는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는지 언급한다.

평소 JA답지 않게 콘텐츠 양에 욕심을 부려 시노하라 카즈오의 모든 작품들을 2G보다 훨씬 적은 양의 페이지에 모두 실었다. 그러다보니 프로젝트 하나 당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정도, 큰 사진에 간단한 도면과 설명을 여기저기 흩뿌린 다소 실망스러운 구성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러모로 접하기 어려웠던 그의 제 3양식, 미완 프로젝트의 렌더링과 도면, 예전 잡지에 실은 설명 그대로를 다룬 것은 이 책을 2G와 함께 구매해야 할 이유일 것이다.  (바로 이것이 2G에 대응하는 부록이나 후기와 같은 인상을 감출 수 없는, 망연자실해 보이는 이유이다.)

시노하라 카즈오는 매스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을 홍보하는 스타형 건축가였다기 보다는 은둔형 건축가였다. 하지만 막상 그의 비주류 이미지와는 정 반대로, 당시 출판되던 건축 잡지들에 골고루 꾸준히 자기 작업을 기고하고 있었다. 단순히 기고 수준이 아니라 그는 잡지-퍼블리싱에 무척 집착하는 모습마저 보였는데, 그 이유란 아마도 - 1) 그의 작품들은 일반인이 방문하기엔 어려운 개인소유 주택이기도 하고, 2) 잡지의 사진들을 통해 그려내는 시점이야 말로 건축가가 선택한 건축을 바라보는 방법에 다름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시노하라 카즈오는 출판과 인쇄 미디어를 통해 실제 건축(물)을 능가하는 가상계 좌표를 획득하려 했음이 맞을 것이다. 이른바 허구의(***) 건축. 시노하라는 자신의 주택이 가상의 세계 (잡지 속에서만 존재하는 공간)를 구축하는 씨앗으로서, 또 이를 통해 개개인 욕망을 충족하는 예술-장치임을 거듭 강조한다.  물론 그 정기간행물 속의 가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시 높은 수준의 미감과 시점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에게 있어 실제 (actual) 와 허구 (fictional )의 공간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JA의 머릿글을 비롯한 전반적 책의 구성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일부 이해가 간다.  이번호는 머리말을 빼곤, JA를 비롯해 신건축, 주택특집, A+U, GA등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일본내 건축 정기 간행물을 적극 활용한 시노하라 카즈오를 담는 것이 바로 그 목표처럼 보인다. 책 표지의 전면은 그의 요코하마 선박 터미널의 공모전 출품작(****)을, 그리고 후면은 그간 참여한 잡지의 표지들을 모아 실어두었다. 그리고 내지는 모두 잡지에 출판하던 시절 그대로를 (시노하라의 설명글과 함께) 갈무리 했다.

이는 앞서 2G가 시노하라 카즈오라는 인물, 메타볼리즘이라는 거대한 흐름 한켠에 있던 비주류 건축가를 또 다시 잡지를 통해 현대에 훌륭히 부활시킨 것에 대한 일종의 겸손한 답가-기념비같다.


(*) 2G의 서문도 그가 맡았었다.  JA 서문의 제목은, "메타랭귀지의 향방 - 재고 [주택은 예술이다.]"
(**) 2G는 그의 1-2 양식의 주택들만 주로 다루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서문의 오쿠야마 신이치가 시노하라 본인이 언급했던 "현실공간"과 "잡지의 공간," 허구 좌표계를 통해 주택이 사회적 위치를 점유하는 방법론을 불러들인 선택이 옳았다고 보인다. 시노하라의 건축과 건축가 시노하라. 양면을 드러내는 전략이다.
(****) FOA가 최종당선되어 설계를 맡은 바로 그 공모전이다. 만일 시노하라의 공모안이 당선되었다면 일본 건축계 지형은 또 어떻게 변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