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10, 2014

Simon Ungers : 건축가의 죽음

Simon Ungers의 작업을 담은 GG Portfolio 시리즈.

건축가 OMU (Oswald Mathias Ungers) 가 Cornell 의 건축과 총장으로 있을 당시 동 대학을 졸업한 그의 아들 Simon Ungers는, New York 과 Cologne 을 기반으로 건축과 미술작업을 동시에 해왔다. 몇 개 컴피티션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고 건축 뿐아니라 녹슨 철 (corten steel) 조각, 조명 설치작업등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Tom Kinslow와 함께 만든 T-house 는 그의 철 조각을 실제 건물화해낸 대표작이라 부를 만할 수 있을 것이다.  Cornell 대학이 있는 Ithaca 시에 머물던 시절,  싸구려 시멘트 벽돌로 인상적인 Cube hourse를 만들었고, 또 근처 Winery의 실내장식을 만들기도 했다. (*)  그가 유대인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의 공동 우승자이기도 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는 Harvard 대학에서 가르쳤고 Syracuse, Cornell, Rensselaer 기술대학등에서 교육자로서의 위치도 다져갔다.

남 부러울 것 없어보였던 그가 부인인 Janet O'hare를 남겨두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것은 2006년 3월 6일의 일이다. 57년 5월 8일에 태어났으니 만으로 49세의 나이였다. 건축가에게는 무척 젊은 나이이기에 주변의 충격은 무척 컸다.  그가 오랜 기간 건강악화로 고생중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는 비밀에 쌓여있다. 어쩌면 모두 그 순간을 기억하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그의 모습에 대해 코넬 대학의 교수들(***)은 웃으며 그의 학업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고 전한다.
"그는 늘 선생들의 의견에 의문했다. 자기 작업에 대해 이유 묻는 것에 맞서 끝까지 제 주장을 관철했다. 첫 학기 부터 그의 작업은 당시 유행하는 양식들과는 무척 달랐다. 이에 조교가, '마치 러시아 구조주의자의 작업같군.' 이란 말을 했을 때도 그는 그 말이  시대착오적인 태도를 비아냥거린다 받아들이기 보다도 '그것 참 멋있는 말이로군.' 하는 반응을 보였다. (****)"
그의 작품들이 갖는 기념비적 스케일, 순수한 기하, 불가능해보이는 구조 (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 문제 많은 질료(콜텐 스틸이나 매우 싼 재질들)등은 어느 하나 타협이라는 것을 찾기 어렵다. 마치 콘템포러리 건축의 이미지 콜렉션 유행에서 자주보이는 위 요소들은 그의 생전 유행하던 양식을 생각하면 조금 고개를 갸웃거릴 만 하다.

그는 건축이 그 자체로 말을 하길 원했고, 실천을 미술관의 전시, 본인의 건축 그 자체로 동시에 보여주길 원했다. 베를린에서 치뤄진 몇 차례 그의 미술 전시는  거대한 I 빔,  떠있는 벽, 가로지르는 들보,  9 X 9 X 9 사이즈의 큐브와 긴 막대형의 조명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가리는 공간 연속성의 장애"물"로서 일종의 가상 건물 실험이었다.  관측자의 시선에 따라 형태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은근한, 형태 자체에 내제된 (컴포넌트들의) 맥락에 의해 이따금 사라지거나 재위치하며 완성되어간다.  마치 미니멀리즘 조각 전시처럼,  순수한 형태주의와 그것을 바라보는 시점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책이 출판된 후의 작품으로서 죽기 직전, 그는 일련의 코르텐 조각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코르텐 건물 연작, Heavy Metal 을 선보인다. (*****)  50 x 50 미터로 짜여진 삼각, 사각, 원기둥의 순수한 형태들은 마치 그것이 놓일 곳이 도심이건 자연이건 아무 상관도 않은체 일관된 양식의 담담한 렌더링으로 표현되었다. 완벽한 상징도, 또한 상징이 파편화된 형상도 아니다.  마치 제 자신의 죽음을 조용히 준비한 작업처럼 나란히 어떤 연극처럼 혹은 장례 묘비들처럼 가로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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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ig Owens 는 알레고리(allegoriy)를 느슨해진 체 거의 폐허화된 미적전통을 붙잡는 것에 비유했었다. 또 Walter Benjamin은 알레고리를 독일 바로크 비애극에서 벌어지는, 상징 - 권위와 역사인식에 입각한 일관된 방식으로 사용되는 - 과 거리두는 미적행위라 말했다. 알레고리란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거부하지만 동시에 그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한 때를 드러내며 또 이전 상태로 되돌려놓을 뿐이다.

Simon Ungers 의 순수한 형태는 - 마치 Ledoux나 Le Corbusier로 이어지는 건축가의 순수주의를 연상케한다.  - 비록 상징적(iconic)이라 쓰여진 카테고리에 놓일테지만, 동시에 공간상황에서 Simon의 형태는 알레고리적으로 개입한다. 주변부 맥락에 맞서는 순수한 형태는 제 자신을 자연스레 병치한다. 여기 당대의 많은 건축가들이 연출한 아이러니나 노스텔지어는 없다. 오히려 과거의 기억들을 숭배하는 동시에 정복해내는, "기억하는 정신"만이 남는다.

이는 아도르노 (Adorno) 의 Minima Moralia - 현대 미적"행위"에의 가능성에 대한 주장 - 보다 더 신랄한 상황을 드러낸다. 아도르노는 말한다.
"아름다움이나 위로는 더 이상 없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공포를 직시하고 인내하며, 그 '부정성'에 대한 단호한 의식 속에서 - 단지 무엇이 더 좋은가하는, 그 가능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선만을 빼고서. "
어떤 책임의식없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그 상실과 파멸을 그대로 '트레이스' 하며 직시한다. 그의 건축은 상상과 실제의 공간 사이에서 부유하며 우울한 매력을 채워나간다.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순수하고 또 우아한 작업을 "아니오" 소리치며 밀어넣고 있다.

(*) 와인 저장고안에 들어가는 작은 집. 즉 집안의 집이었다. 이는 그의 아버지 OMU의 영향이 드러난다.
(**) 이후 재투표에서 그의 작품은 선정되지 못했고, 그 당시 선정된 작업마저 무산되어 새로운 경쟁심사가 열렸고, 거기서 Peter Eisenman의 안이 당선된다.
(***) 그가 재직중이던 시절 교수진은 그와 같이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거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 러시아 구조주의에 대한 일면식이 없던 그는 이후 도서관에서 발견한 구조주의작업들을 보고 무척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 지어지지 못한 이 상상의 건물들의 도면과 모델들은 50미터 안에 정확히 들어가는 "고요한 건축" 과 비정형으로서 불가능해 보이는 구조를 뽐내는 "말하는 건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SF MOMA 콜렉션에 수록되어 있다. 링크는 이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