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9, 2013

Andrea Palladio : 건축사서

Robert Tavernor 와 Richard Schofield의 현대영어로 번역된 Palladio의 건축사서.

Palladio 가 쓴 건축사서(1570)는 Isaac Ware에 의해 첫 영번역된 1738년 본 이래로 늘 종래의 판본만을 따르고 있었다. 현대 영문어체로 다시 번역된 것은 MIT Press 에서 출간된 1997년 본으로, 이 책은 2002년도 인쇄본이다.

Palladio는 건축 전공자라면 역사수업시간 부터 설계수업
시간까지 늘 접하게 되지만 딱히 가까이 와닿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딱딱한 좌우대칭의 평면, 늘 비슷비슷하고, 전통건축에 충실한 것 같기만한 외관은 Palladio 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편, 그에 열광하는 이들로서는 쉬이 넘기 어려운 영역에 대해 무척 자부심 갖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영문어권 건축학계에서 유독 더 사랑받는 것 같다. 아마도 
Rudolf WittKover와 같은 이들 처럼 많은 영미권 학자들이 끊임없이 현대적 다이어그램으로 재해석하기 쉬운 시스템화된 작품 목록을 모아두고 있기도 하고, 고전 건축도면에 실제 스케일 치수를 적어놓아 무척 실용적성격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할 터이다. 17세기 영국은 그의 책을 바탕으로 팔라디아니즘을 확립해 전 유럽으로 확대시키기도 했고, 초기 미국 건축의 교본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특징들이 Palladio의 천재성을 드러낸다 보기에는 어렵다. 비록 
Palladio가 고전 건축들의 비례를 알기쉽게 집대성한 최초의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도 고전 건축들을 집대성한 문헌들은 일부 존재한다. 오히려 Palladio는 그런 고전 건축들에서 얻은 실측 비례들을 실제 건축축조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글을 썼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를 이야기할 때는 고전 건축의 질서, 기둥구조의 비례부터 이야기하곤 한다. 이를테면, "
이오니아양식의 기둥 사이의 간격은 기둥지름의 2.5배이며 코린트 양식은 2배..."  같은 암기과목 시험문제 답안 같이 지루해 보이는 것들 말이다. 조금 힘들더라도 당 시대와 양식이라는 장식을 거두어 놓고 보자면, 그의 저작물들이 오랜시간 쌓인 데이타의 차이와 구분, 그 실제적 적용에 대한 문제와 나름의 결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둥과 같은 양식을  카테고라이즈했다고만 한다면 위대한 건축가가 바라보는 역사적 맥락에 따른 축조과정을 무시한 처사일 테다.

현대에 들어, Palladio는 고전 양식들의 정확한 수치와 비례를 찾아내 자기 시대의 역사적 맥락에 맞춰 데이타 매트릭스로 치환하고, 이를 다시 다양한 스케일과 환경에 맞춰 도면화할 수 있는 시스템화를 꾀했다고 보아진다. 그러니 그의 작업은 하나 두 개의 유명 작품으로서만 아니라 그의 건축 인생전반을 이루는 작업 목록들을 추상화해 바라보아야 흐름을 읽어나갈 수 있다. 건축사서는 그의 건축관과 작품을 이해하게 해주는 첫 관문이다.

본래 건축사서가 대중들이 알기쉬운 짧은 문체로 씌여졌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그간의 영번역 책들이 고전어투의 딱딱한 글로 읽혔다는 것은 쉬이 납득이 어렵다. 게다가 책들은 두꺼운 하드커버에 읽기 어려운 활자들로 이뤄져 있었다. 다소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이를 다시 현대어로, 그리고 목판본으로 인쇄된 도판들의 설명을 깔끔한 인쇄로 정리한 위 책은 소프트 커버에 종이질도 가벼워 읽기 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건축 질을 넘어서 재해석과 응용, 적용이 가능한 문서화. Palladio의 프로젝트의 집적물인 건축사서의 번역 현대화를 바라보노라면, 현대의 
팔라디안들이 취해야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